[에세이] "고통은 선물이다"라는 명제가 만성 통증 환자에게 가혹한 이유

"염증은 원래 치유 반응이고, 고통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이 말은 우리 몸의 경이로운 자가 치유 시스템과 생존을 위한 경고 신호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입니다. 상처가 났을 때 염증이 생겨야 균과 싸우고 새 살이 돋아나며, 발목을 삐었을 때 통증을 느껴야 더 큰 손상을 막고 쉴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급성 통증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한 '신호'이자 '선물'입니다.  

하지만 이 선물이 멈추지 않을 때, 이야기는 비극으로 변합니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통증은 더 이상 '신호'가 아니라, 그 자체로 '질병이며 '시스템 오류입니다. 화재가 진압된 후에도 경보음이 멈추지 않고 계속 울리며 집 전체를 무너뜨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 단계에서 통증은 조직의 손상 정도와 비례하지 않으며, 뇌와 신경계에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그렇다면 왜 인체의 완벽해 보였던 '자정작용'은 이토록 무력하게 한계를 드러내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몸의 시스템이 현대 사회의 '지속적인 염증 유발 요인'을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시 시대의 위협은 단발성이었지만, 현대인은 만성 스트레스, 가공식품, 수면 부족, 환경 오염 등 끊임없는 저강도 염증 유발 요인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몸의 치유 시스템에 '종료' 스위치를 누를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핵심 메커니즘은 중추신경계의 과민화(Central Sensitization)입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통증 신호는 척수와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를 변성시킵니다. 신경계는 통증에 극도로 예민해져, 마치 '통증을 기억'하는 것처럼 작동합니다. 결국, 실제 조직의 자극이 미미하거나 심지어 없음에도 불구하고 뇌는 극심한 통증을 계속 생성해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통증 없는 삶'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급성 통증이라는 유용한 신호마저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는 만성 통증이라는 '시스템 오류'의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통증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과부하가 걸린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염증의 근본 원인을 관리하며, 이 잘못된 신호와 '조화롭게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찾는 것입니다. 그것이 만성 통증의 고리를 끊는 진정한 자정작용의 시작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