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 시기, 대통령 부부는 예능 녹화장에 있었다. 국가전산망이 타들어가던 그 시각, 냉장고를 열어 보이며 K-푸드를 논하던 최고권력자의 '책임의 온도'는 과연 몇 도였을까. 이 글은 이재명 정부의 위기관리 실패와 권력의 오만함을 해부한다.

"水能載舟 亦能覆舟(수능재주 역능복주)" -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 당나라 태종이 신하 위징에게서 들었다는 이 말은, 백성이 곧 권력의 근원이자 심판자임을 경고한다.
그러나 2025년 대한민국의 권력은 이 고전적 진리를 망각한 듯하다. 국가전산망이 화염에 휩싸이고, 그 불을 끄다 공무원이 목숨을 잃었으며, 복구율이 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던 그 시각. 청와대가 아닌 예능 녹화장에서 냉장고를 열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던 대통령 부부의 모습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목차 📋
화염 속의 무책임: 국가전산망 재난과 대통령의 부재 🔥
사건의 발단은 명백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화재로 국가전산망 96개 시스템이 마비되었고, 이는 단순한 기술적 고장이 아닌 국가안보 차원의 위기였다. 행정안전부 공무원 한 명이 복구 작업 중 목숨을 잃었고, 화재 진압 이후에도 복구율은 20퍼센트 남짓에 머물렀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각, 9월 28일. 이재명 대통령 부부는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의 녹화장에 있었다. 추석 특집이라는 명목으로, 취임 후 첫 예능 출연이라는 화제성으로 포장된 이 촬영은,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재난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공무원이 죽어가는 동안, 전산망이 무너지는 동안, 최고권력자는 냉장고 안의 시래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모습인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지적은 정곡을 찔렀다. "복구율이 5퍼센트도 안 됐을 때 대통령은 예능 녹화장에 있었다." 비공개로 처리된 대통령의 행적, 국가 재난 속에서 국민에게 감춰진 그 시간들. 권력은 투명성을 잃는 순간 부패하기 시작한다.
일자 | 사건 | 대통령 행보 |
---|---|---|
9월 26일 | 국정원 화재 발생 | 보고 접수 |
9월 27일 | 전산망 복구 난항 | 총리 주재 회의 참석 |
9월 28일 | 복구율 5퍼센트 미만, 공무원 순직 | 오전 비상회의 / 오후 예능 녹화 |
권력의 변명: "업무 공백은 없었다"는 착시 📊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의 해명은 전형적인 권력의 레토릭이었다. "26일부터 보고를 받았고, 27일 회의에 참석했으며, 28일 오전에는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녹화는 오후에 진행했고, 녹화 직후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일정표를 읽어주는 듯한 이 기계적 해명에서, 국민은 과연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
회의를 몇 번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이 보고 싶어 하는 건 회의록이 아니라 진심이다. 재난 앞에서 최고책임자가 보여야 할 것은 일정표의 빼곡함이 아니라, 백성을 향한 책임의 무게다.
대통령실은 "국가적 위기 대응은 중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중단된 것은 설명의 투명성이었다. 왜 재난 수습 시기에 예능 녹화가 필수적이었는지, 왜 그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진정성 있는 해명은 없었다. 방송사에 방영 연기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역설적이다. 연기할 정도로 부적절함을 인지했다면, 애초에 녹화 자체를 중단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혹했다. "국가 재난은 뒷전이고 이런 예능이나 찍다니", "쌍으로 하하호호 낄낄 해해거리는 게 이 나라 대통령이라니". 이것은 단순한 악플이 아니다. 권력에 대한 민심의 체온계다.
정치공방의 이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 ⚖️
국민의힘은 방송 연기가 아닌 완전한 취소가 정답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범규 대변인의 말은 직설적이었다. "추모의 시간은 며칠 만에 끝나지 않는다. 복구율 20퍼센트 남짓한 상황도 방송을 보며 웃고 떠들 시점이 아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주진우 의원을 경찰에 고발하며 "허위 조작 정보"라고 맞섰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 방송이 K-푸드와 K-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의 일환이며, 대통령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사태를 진두지휘했다고 옹호했다.
양당의 공방 구도 📝
국민의힘:
- 녹화 강행 책임자 문책 요구
- 방송 취소가 정답이었다는 입장
- 국민 감정 고려 부족 비판
더불어민주당:
- 주진우 의원 고발 (허위정보 유포)
- 문화외교 명분 강조
-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 옹호
흥미로운 지점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개입이다. 대통령실이 하루 만에 '28일 촬영'을 인정했다면, 허위 주장은 주진우 의원이 아니라 대통령실 대변인이었다며 강유정 대변인의 경질을 요구한 것이다. 진실의 파편들이 정치적 수사 속에서 흩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재야의 시각에서 보면, 이 모든 공방은 본질을 호도하는 연막일 뿐이다.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했느냐가 아니라, 왜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느냐가 핵심이다.
K-푸드 외교라는 포장지: 명분과 실리의 괴리 🍚
이재명 대통령은 냉부해 출연의 명분으로 K-푸드 활성화를 내세웠다. "우리나라는 문화가 자산이다. 그중 가장 큰 문화의 핵심은 음식"이라며, 음식은 입맛이 고정되면 잘 바뀌지 않아 지속성이 있고 산업적 가능성이 크다고 역설했다.
대통령이 셰프들에게 요청한 요리 주제는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K-푸드'와 '시래기'였다. 시래기를 추억의 음식이자 비타민 풍부한 건강식으로, 원산지 '한국'을 표시해 수출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김풍 작가가 시래기로 만든 '이재명 피자'에 "독자적인 상품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감탄까지 했다.
K-푸드 수출액은 2015년 35억 달러에서 2024년 70억 달러로 연평균 8퍼센트 증가세를 보였다. 라면, 간편식, 음료가 성장을 이끌었으며, 이 대통령 정부는 K-컬처 시장 규모를 현재 150조 원에서 300조 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식품업계는 이러한 정책에 기대감을 표했다. K-팝, K-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와 K-푸드를 동반 지원하는 방향에서 시너지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의 지적도 있었다.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넘어 구체화된 지원책이 필요하며, 특히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 같은 국제 통상 문제에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재야의 시각은 더 냉혹하다. K-푸드 홍보가 중요하다면, 왜 하필 국가재난 시기에 해야 했는가. 녹화 일정을 미루면 K-푸드가 사라지는가. 전산망 복구를 기다리면 시래기가 썩는가. 명분은 화려했지만, 타이밍은 최악이었다.
주장 | 논리 | 재야의 반론 |
---|---|---|
문화외교 필수 | K-푸드 세계화 | 재난 이후로 미룰 수 있었다 |
업무 공백 없음 | 회의 주재 지속 | 국민은 회의록이 아닌 진심을 원한다 |
방영 연기 조치 | 추모 분위기 고려 | 연기가 아닌 취소가 정답이었다 |
책임의 온도계: 국민이 체감하는 신뢰의 거리 🌡️
이 논란의 본질은 예능 출연 자체가 아니다. 국가적 위기 속에서 대통령의 일정이 국민에게 얼마나 투명하고 정확하게 설명되었는지, 그리고 최고책임자가 국민의 불안에 얼마나 공감했는지의 문제다.
대통령실은 '업무의 연속성'을 주장했지만, 정작 남은 것은 '설명의 공백'이었다. 국민의힘이 지적한 것처럼, 비판의 초점은 최고책임자가 재난 상황에서 '회의 횟수'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불안과의 거리를 좁히는 자세를 보였는지 여부였다.
국민은 대통령의 냉장고에 담긴 음식보다, 그 시간의 온도가 '책임의 온도'였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권력의 체온은 일정표가 아니라 국민과의 눈높이에서 측정된다.
손범규 국민의힘 대변인의 말은 명확했다. "이번 추석 밥상의 화두는 어려운 경제 상황과 외교 안보 현안이지, K-푸드 홍보와 대통령 부부의 웃음이 아니다." 국가 최고책임자의 공적 행위는 재난 시기 국민의 정서와 감정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야논객의 촌철살인
글의 핵심 정리 📝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냉부해 출연 논란은 단순한 예능 출연 시비가 아니라, 국가 재난 시기 공적 책임자가 취해야 할 행동의 '적절성'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 재난의 실체: 국가전산망 화재로 96개 시스템 마비, 복구율 5퍼센트 미만 상황에서 예능 녹화 강행
- 권력의 변명: 대통령실은 업무 공백 없음을 주장했으나, 설명의 투명성과 국민 정서에 대한 공감은 부족
- 정치의 공방: 여야 간 첨예한 대립과 법적 대응으로 번졌으나, 본질은 호도됨
- 명분의 공허: K-푸드 외교라는 포장은 화려했지만, 타이밍은 최악이었고 실효성 의문
- 신뢰의 균열: 국민이 원한 것은 회의록이 아닌 진심, 일정표가 아닌 책임의 온도였음
자주 묻는 질문 ❓
"君舟民水(군주민수)" -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재야의 고수들은 늘 이 진리를 상기시켜왔다. 이재명 정부가 이번 논란을 통해 배운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것이어야 한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언제든 뒤집을 수도 있다. 권력의 체온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라. 그것이 최고책임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국가전산망은 복구될 것이다. 정치적 공방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다. 그러나 한번 금이 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권력은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재야의 눈은 언제나 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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